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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여행/에세이] 겁 없이 살아 본 미국 - 겁 없는 가족의 흥 많은 미국 생활기

by 두목의진심 2017.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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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이 달린데 대한 보상으로 정신과에서 우울증 약과 수면제를 처방 받아, 밥은 안 먹어도 약은 먹어야 다음날 또 도돌이표같이 출근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한국이 아닌 곳. 도돌이표 대신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곳, 아이들이 학원 대신 공원에서 광합성을 할 수 있는 곳. 미국 조용한 시골 동네라면 가장 좋겠다 싶었다."

 

지금 딱 내 상황과 내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저 문장을 보고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40대 후반, 인생이 모호해지고 삶이 온통 불안으로 덮쳐오는 것 같은 시기. 읽어야 했다. 지금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의 삶이 궁금했다. <겁 없이 살아 본 미국>은 이곳저곳을 거친 노마드의 여행 이야기가 아니라 '머문' 이야기다. 말 그대로 생활에 대한 이야기. 그 생활 속에서 알지 못했던 사람과의 관계를 깨닫고, 보지 못했던 것들의 경이로움을 발견하고, 살아가는 방법들을 터득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따뜻함으로 꽉 채워져있다.

솔직히 첫 장을 읽으면서 '회사에서 밀어주니 가능한 일이었네. 뭐'라는 질투가 일었고, 1년 기숙사 비용으로 내 1년 연봉을 지불할 정도로 경제적 여유로움이 있으니 가능했던 일이었겠구나 싶어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꼴랑 2년 살다 와서 미국을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한 거야?'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약간 짜증스러운 눈빛을 담아 읽어 나갔다. 이실직고하지만 부러우면 지는 건데 2페이지 만에 난 져버린 꼴이 우스웠지만 그러나저러나 미국은 궁금하니까 읽어나 보자 하는 심정이었다.


저자의 딸이 다녔다는 초등학교의 이야기를 읽으며 '달라져야 한다? 달라져야 한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그건 우리나라의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라기 보다 부모로서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사소한 일에도 화내고 윽박지르면서 '난 그래도 때리지는 않아!'라는 자조를 하며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음을 절절하게 깨달았다. 솔직히 단 1초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날아다니는 초등학생 남자아이의 에너지를 감당하기란 어렵고 힘들고 고단한 일이다. 그럼에도 아이를 존중하고 또 존중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꽤나 현실적으로 전해졌다.

"문득 여행 중에 '멈추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낀다. (…) 여행지에서 돌아와 한참이 지난 후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어디에선가 '멈추고 있었던 순간' 이었다." p281~283

미국이라는 '이국적인 삶'을 소개하는데 그런 이국적인'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사람 사는 냄새가 진하게 묻어난다고 해야 할까? 물론 저자의 가족이 다닌 여행지의 풍경은 이국적이라고 할만하겠지만 사실 우리가 매일 보는 풍경 또한 머물러 자세히 보면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읽는 내내 저자와 함께한 사람들과 나도 같이 웃고 떠들고 따뜻해지고 사는 게 뭔지 알고 싶어진다. 그리고 내가 가졌던 꼴랑 2년이라는 기간적 의심처럼 저자의 소심 어린 생각은 저 멀리 치워버려도 될듯싶다. 특히 책의 말미에 있는 <문화 편>은 합리적이거나 질서에 대한 혹은 정의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고, <Special Tip>은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비법은 공부가 아닌 놀이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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