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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리뷰

[고산자, 대동여지도: 古山子, 大東輿地圖] 3% 부족한 위인전기

by 두목의진심 2016.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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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학창시절 배운 '사회과부도(社會科附圖)'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동여지도는 당시 조선의 전도를 평생을 걸쳐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그렸다는 위인은 '김정호'라는 정도로만 나오는 것일까. 그의 호가 '고산자'였음과 그가 만들어 낸 대동여지도의 목판이 현존하는지에 대해 배운 기억은 나지 않는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이런 무지한 사람들에겐 역사적 사실을 어느 정도 일깨워주는 역할을 자처한다. 쇄국정책을 고수하는 흥선대원군과 개화를 주도하려는 명성왕후의 힘겨루기에 관련된 이야기는 배우고 들어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선 흥선대원군이 며느리의 외척과의 정쟁이 아닌 김 씨 일가와의 세도 정치로 에두룬다. 여기에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김정호가 고래 싸움에 끼어들어 간 새우 정도로 묘사한다.

영화는 "백성을 믿지 못하면 누굴 믿는가"라는 가르침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세도가 흥선대원군 면전에 설파할 정도로 백성을 위한 신념이었다는 김정호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는데 초점을 맞추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이런 위인전 형식의 영화가 무조건 진지할 필요는 없겠지만 너무 자주 등장하는 차승원의 아재개그는 몰입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또 지도는 국가의 기밀이라는 흥선대원군과 백성의 편한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는 고산자의 신념이 맞부딪히는 갈등이나 지도를 세도에 이용하려는 김 씨 일가의 책략 역시 큰 줄거리를 이루지 못하고 흐지부지된다. 밋밋한 전개로 뒤늦게 순실의 죽음과도 맞바꾸지 않음으로 빚어지는 회한과 인간적 고뇌 등을 보여주지만 큰 반향을 이루지 못한다. 또한 조선의 4계절을 담아낸 영상미는 감탄스럽지만 조선 방방곡곡을 헤집고 다니며 지도를 그렸다는 점은 부각된다. 반면 지도가 모두 그의 발로 담아낸 것이 아니라 다른 지도를 참고하며 완성했다는 점은 짤막하게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버린다. 이런 점은 전체적으로 디테일한 고증이 되었다 보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는 흥미 위주로 일단락 돼버린 느낌이 들어 많이 아쉬운 영화로 남는다.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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