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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리뷰

[올레/DETOUR] 이야기는 하고 있으되 전달되지 않는 이야기.

by 두목의진심 2016.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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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내리막을 오르막처럼 걷고 있었네요."


39살의 중필(신하균), 수탁(박희순), 은동(오만석)은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는 중이다. 중필은 잘리고, 수탁은 13년 동안 실패만 반복하는 고시의 끝에서, 은동은 암에 걸린다. 갑작스러운 첫사랑 수미의 부고 연락에 이들은 삼십 대의 마지막에 찾아온 각자의 절망을 안고 제주도로 향한다. 첫사랑을 주저하다가 놓쳐 버렸다는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 스토리가 아님에도 영화는 중필의 첫사랑으로 여러 장면이 플래시 백이 되는데 굳이 필요했을까 싶을 정도다. 마치 이야기는 하고 있으되 전달되지 않는 이야기 같다고나 할까.

영화 <올레>는 삼십 대의 마지막에 선 이들의 일탈적 행동인 것처럼 끌어가고 있지만 기실은 중년을 맞이하는 상황과 맞물려 각자 해결해야 될 고민거리를 맞닥뜨린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세 인물의 투닥거림과 욕설을 허물없이 나누며 관객들을 과거로 되돌리는 향수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는 어쩜 자신의 허물이나 속내를 그동안 드러내지 못 했던 외로움을 오랜 친구를 통해 배출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힘이라든지 코미디 적 유머라든지 어느 것 하나 집중되는 게 없긴 하지만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중년의 벽 앞에 무너지지 않고 유쾌하게 잘 넘어간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마지막 수탁이 타지에 머무르는 이유를 사랑인지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인지 딱히 보여주지 않는 점은 애매함만 남긴다. 속편을 위함은 아니길 바란다.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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