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기획자였던가? 그의 책 <너는 참, 같은 말을 해도>라는 책은 분명 화술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책을 읽으며 매번 다언삭궁 하자, 후회를 반복하는 나로서는 많이 반성 했던 기억이 있다. 한데 이번 책은 기획자의 시선이라니 내용이 궁금했다.
그는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쭉 기획 일을 하고 있고 현재는 갓기획의 대표다. 국내 유수의 기업과 관공서에서 기획에 관한 컨설팅 강의를 활발하게 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관련한 책도 다수 썼다.
이 책은 기획자로 그가 현장에서 일하며 삼켜야 했던 눈물의 양만큼 눈이 번쩍 뜨일만한 신박한 사례를 담고 있다. 이 책으로 사례와 같은 기획을 얻을 순 없지만 기획력은 좀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바람도 같이 담았다고 한다. 세상에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다는 데 나도 그런 눈을 키워 보고 싶다.
새로운 거, 신박한 거를 찾으라는 말에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놔도 자기가 해봤는데 안 된다느니, 예산을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느니 안 될 이유만 찾는 상사 때문에 빡쳐서 이제 아예 입을 닫아 버렸는데, 도로에 칠해진 방향 표시 선의 히스토리는 그때의 일이 생각났다. 그리고 우주 최강의 길치 중에 한 명으로 여태 감사하게 이용하고 있는 데 초록은 왼쪽, 핑크는 오른쪽 방향 표시였다는 걸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다.
기획자의 눈에는 어떨지 몰라도 내 입장에서는 놀랍디 놀라운 세상에 없던 신박한 발견들에 입이 떡 벌어진다. 특히 엘리베이터에 팻버튼을 만든 사례가 그랬다. 예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똬리를 튼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거대한 진돗개를 맞닥 뜨렸다. 입마개도 하지 않았다. 개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선뜻 타기 어려웠다. 당황스러워하자 노부부는 그랬다. "괜찮아요. 우리 애는 안 물어요." 아주 인지한 미소를 짓고 말이다.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진돗개는 단지 산책로에서 주민을 물었다. '물지 않는 애'가 예기치 않게 물어 버려서 노부부는 이사를 가야 했다. 이런 사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이때, 팻버튼은 기막힌 아이디어 아닌가 싶다. 공동주택에는 다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획은 단순히 선한 의도만 가지고 완성되지 않는다. 철저하게 비즈니스 성과에 기여해야 한다." 140쪽, 어린이의,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에 의한 기획
세상을 보던 방식의 시선으로는 새로운 발견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에 완전히 공감하면서 읽었다. 새로움을 발견하는 방법에 역발상 뿐만아니라 경쟁의 의미와 범주를 재해석해 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그 안에서 새로운 문제가 보이고, 가능성이 있고, 기회가 있다고 한다. 앞서 제시한 5WHy와 더불어 복지 현장에서 접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데이!는 우리 기관에 도입이 절실한 기획이다.
이 책은 단순히 뛰어난 기획자의 성공 사례를 풀어 놓은 정도로 치부하기엔 아쉽다. 사례를 참고 하는 정도가 아니라, 기획자의 생각을 훔쳐 볼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모든 설명과 조언이 간단 명료해서 이해도 쉽다.
일상의 문제에 시선이 닿을 때, 기획은 시작된다! 오늘부터 눈알 좀 굴려봐야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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